FDA 공식 미팅은 마쳤지만 신청 시점 미정
경쟁 약물 포진한 간암 1차 시장…유통 파트너 마케팅 역량도 관건

HLB의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재신청은 당초 목표했던 5월을 넘겼지만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 세 번째 품목허가 도전에 대한 회사의 기대감과 달리, 시장에서는 재신청 지연의 배경과 함께 실질적인 상업화 가능성까지 주의 깊게 살펴보는 분위기다.
HLB는 올해 초, FDA의 지적사항을 대부분 해소했다며 연내 허가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그러나 지난 3월, FDA로부터 두 번째 보완요청서(CRL)를 수령하면서 2024년에 이어 두 번째 도전도 무산됐다. 진양곤 HLB 회장은 지난 4월, 항서제약이 FDA로부터 받은 PAL(Post Action Letter)의 내용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PAL은 CRL 발송 이후 FDA가 구체적인 보완 사유를 서면으로 전달하는 문서로 규제 대응의 핵심 근거로 활용된다.
HLB 측은 PAL의 세부 내용은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며 공개하지 않았으나, 멸균이나 살균 공정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항서제약은 해당 지적사항에 대응해 보완자료를 제출했고, 지난 18일에는 FDA와의 공식 회의를 통해 대응 내용의 적절성을 검토받았다. HLB는 21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 회의에서 FDA가 별다른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으며, 추가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항서제약은 이를 바탕으로 품목허가 재신청을 준비 중이나, 구체적인 제출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은 2022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FDA로부터 CRL을 수령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두 번째 CRL은 항서제약의 제조 및 품질관리(CMC) 시스템, 특히 데이터 정합성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HLB가 앞서 제시한 일정이 이미 한 차례 어긋났다는 점이다. 진 회장은 지난 3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5월 재신청, 7월 승인 가능"이라는 전망을 제시하며, FDA가 재심사를 서류 검토만으로 진행하는 클래스 1 절차로 분류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클래스 1으로 분류되면 허가 여부는 신청 후 2개월 이내에 판가름난다.
결국 관건은 재신청 시점과 클래스 분류 방식이다. 만약 10월 이전에 재신청이 이뤄지고 클래스 1로 분류된다면 연내 허가가 가능하지만, 재신청이 더 늦어지거나 클래스 2(현장 실사 포함, 6개월 내 결정)로 분류될 경우, 승인 일정은 2026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일각에서는 설령 FDA 허가를 받더라도, 곧바로 매출이 발생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은 간암 1차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지만, 해당 시장은 이미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과 아바스틴(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은 물론, 임핀지(듀르발루맙)와 임주렉시(트레멜리무맙) 병용요법 등 복수의 1차 치료제가 선점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캄렐리주맙은 중국 항서제약이 개발한 면역항암제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인지도가 낮고 처방선호도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국 내 유통을 맡게 될 엘레바의 마케팅 역량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신약 허가 이후에도 실제 매출이 발생하기까지는 △치료 가이드라인 반영 △보험 급여 적용 △병원 내 처방 루틴 정착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에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될 수 있다. 따라서 HLB가 기대하는 실질적 성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허가 획득을 넘어, 시장 진입과 확산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