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갑질-표절 등 도덕 불감증 '뭇매'
업무 능력 더해 과거보다 높아진 공직가치·국민 눈높이 맞춰야

빠른 국정 회복을 기조로 쾌속질주하던 이재명 정부가 난기류를 만났다. 초대 내각 구성을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자질 논란과 충격적인 제보가 연일 터져나와 여론을 흔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은 20일 브리핑을 통해 "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 후보자는 의정 갈등 해소 국면에서 의대 교육을 재건을 통해 복지부 장관과 호흡을 맞출 파트너로 기대를 모았지만, 논문 표절과 자녀 불법 조기유학 논란 등으로 인사 검증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정 추진 동력을 최우선으로 '낙오 없는 임명'을 강행할 지, 문제가 큰 한 두명의 낙마로 협치 제스처를 취할 지 관심이 쏠린 가운데, '국민 주권 정부'를 내세운 새 정부가 여론의 압박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진숙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다른 후보자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주 진행된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은경 복지부장관 후보자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겠다"고 선서한 뒤 선서문을 제출하고 있다. /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지난주 진행된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은경 복지부장관 후보자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겠다"고 선서한 뒤 선서문을 제출하고 있다. /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14일 청문회 포문을 연 강선우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는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입지와 정치적 이해 타산 속에 일단 '낙마'를 면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인사 검증에 따라 그동안 쌓아온 사회적 평판과 명예를 한꺼번에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그는 국회 보건복지위원이자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강한 엄마'로, 사회적 약자 편에 선 소신 정치를 폈다는 평가를 받아 왔지만, 보좌관에게 자택 변기 수리나 쓰레기 분리수거를 지시한 반전 정황이 드러나며 '갑질의 여왕'이라는 오명을 썼다. 이밖에 '욕설 문자', '취업 방해', '제보자 색출' 시도부터 국회 보건복지위원의 위세를 이용한 '병원 갑질'까지, 계속된 제보와 폭로로 정치권 안팎의 거센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18일 마지막 인사 검증을 거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배우자의 코로나 관련 주식 투자와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청렴한 공직자'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그는 질병관리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위협적인 코로나19 대유행에 맞서 묵묵히 격무를 감당하는 희생으로 '코로나 영웅', '방역 전사'라는 찬사를 받았던 만큼, 의정 갈등 난맥과 산적한 보건의료 현안을 풀 적임자로 국민과 의료계의 신뢰를 받았지만, 가족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새 정부는 대통령 취임 이튿날 국무회의를, 한 달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 운영 방향을 공유하는 등 속도와 추진력을 표방했지만, '일하는 정부'의 주축이 될 장관 인선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자기 분야에서 모든 커리어를 바쳐 쌓아온 능력과 전문성으로 한 때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인물들이 예상치 못한 치부를 드러내며 무너지는 모습은 때때로 안타깝다. 그러나 이는 도덕적 잣대에 있어서 자신에게 너그럽고 남에겐 가혹했던 '부덕(不德)'의 결과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갑질, 표절, 이해 충돌 등 후보자 자질 논란을 두고 "10년 전이라면 문제 될 일이 아니었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청문회를 평가하는 여론의 향방은 과거보다 높은 윤리적 잣대로 공직자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높이와 기대치를 여실히 보여줬다.

국무위원은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이다. 이번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국정 연속성과 정치적 실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낙마를 피하더라도 민심의 무게는 남아있다. 이번에 장관으로 임명되는 공직자는 청문회에서 제기된 비판을 성찰해 나에게 너그러웠던 '내로남불'의 패착을 벗고, 여론의 무게를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로 업무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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