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이익 침해 근거...법조계 "이익과 관계 없어 투명하게 공개해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경동제약 GMP 위반 내역을 밝혀달라는 취지의 정보 공개 청구에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식약처가 데이터 공개에 투명하고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8일 식약처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경인청) 의료제품안전과는 '2024년 11월 26일부터 12월 3일까지 4일간 진행된 경동제약 정기 실사의 결과(GMP 위반 50여건)를 구체적으로 공개해달라'는 히트바카라사이트의 청구에 '정보 비공개'를 결정했다.
경인청은 "법인 등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동법 9조 7항에 따라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어 공개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경동제약의 GMP 위반 내역은 비공개 대상 정보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리앤리 이동준 변호사는 "50여건의 위반 사례인데도 식약처의 행정처분을 받지 않았다"며 "처분조차 받지 않은 사항이라면 그것이 공개되더라도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없다는 점에서 비공개 대상 정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을 대상으로 오염이 없고 품질이 보장된 의약품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GMP 정신의 취지"라며 "의약품을 사용하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GMP 위반 내역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정보공개법 제9조 7호 가목은 "사업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危害)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 대상의 예외로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GMP 위반 내역이 영업상 비밀에 해당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형 제약사 출신 GMP 전문가는 "이번 정보 공개 요청은 제약사 고유의 SOP를 공개하라는 내용이 아니고 특별한 설비의 사용 내역을 밝히라는 요구도 아니다"라며 "시설 장비, 품질 경영 등에서 '중요'가 아닌 기타 등 지적을 받은 내용으로 법인의 영업상 비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GMP 위반 내역의 전부 공개를 원칙으로 새우고, 영업 비밀과 관련된 극히 예외적인 경우 특정 수치와 명칭 등 일부만 가린다는 점을 주목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 규제 당국의 투명한 공개 방침과는 차이가 있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정보공개법의 취지를 준수하도록 식약처는 FDA처럼 전향적인 자세로 정보 공개 요구에 응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제약사가 제조한 의약품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토대를 쌓는 계기도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인청 측은 경동제약의 GMP 위반 내역 공개가 법인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경인청 관계자는 "비록 GMP 위반이 중요가 아닌 지적 사항이라도 법인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정보 비공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다만 이번 사례를 계기로 향후 GMP 결과 통보서에 명시된 위반 내역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