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카라 에볼루션 인력난에 승인 일정 줄연기, 유전자치료제 번복 논란도
트럼프 행정부, EU 의약품에 15% 관세 예고

미국 규제기관과 통상정책을 둘러싼 구조적 변화가 제약업계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식품의약국(FDA)의 인력난에 따른 심사 지연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전자 치료제 공급 중단 번복, 예방약 보험 적용 권고기구의 정치적 개입 시사, 유럽산 의약품에 대한 수입관세 부과 결정까지 겹치면서 업계 전반의 리스크 요인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FDA, 일정도 판단도 제각각…규제 혼란 가중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FDA는 최근 바이엘의 폐경기 치료제 '엘린자네탄트(제품명 린쿠엣)'에 대한 승인 심사 기한을 최대 90일 연장했다. 당초 FDA는 해당 신약허가신청(NDA)에 대해 7월 27일까지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사 기한을 10월 26일까지 미뤘다.
이에 대해 바이엘 측은 "FDA로부터 승인 가능성 전반에 대한 우려는 없다는 설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엘린자네탄트는 이미 영국과 캐나다에서 허가를 획득했으며, 현재 유럽연합(EU)에서도 승인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번 결정은 최근 FDA의 인력 감축 여파와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4월, FDA는 의회 예산 삭감의 영향으로 전체 직원의 약 19%에 해당하는 3500명을 감축한 바 있다. 이후 수개월간 GSK의 다발골수종 치료제 '블렌렙', 칼비스타의 희귀질환 치료제,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등 여러 신약의 승인 일정이 지연되거나 처방의약품 사용자 수수료법(PDUFA) 기한을 넘겨 처리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복잡한 약물의 경우 PDUFA 기한을 넘기는 일이 일상화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승인 일정뿐 아니라 규제 기준의 일관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바카라 에볼루션는 지난 7월 18일, 사렙타 테라퓨틱스의 뒤센 근이영양증(DMD) 유전자 치료제 '엘레비디스'와 관련해 치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세 건의 사망 사례가 보고되자, 전면적인 공급 중단을 요청했다. 사렙타는 이후 자발적으로 공급을 보류했다.
그러나 열흘 만인 7월 28일, 보행이 가능한 DMD 환자(ambulatory patients)에 한해 엘레비디스 공급을 재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안전성 논란 이전에도 환자 단체는 엘레비디스의 임상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승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번 입장 전환에도 듀센 환자 커뮤니티의 반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FDA는 당시 성명에서 "환자 커뮤니티는 중요한 목소리며, FDA는 듀센병에 영향을 받는 커뮤니티의 의견을 계속해서 경청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결정이 과학적 관점에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보고 있다. 바카라 에볼루션는 7월 28일 발표에서 브라질에서 사망한 8세 어린이의 사례에 대해 엘레비디스와의 연관성을 부정했으나, 출하 중단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세 건의 사망 사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정책 개입 확대…HHS, 예방약 권고기구 전면 개편 시사

미국 보건복지부(HHS)의 정치적 개입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백신 자문위원회를 전면 교체한 데 이어, 미국 예방의학서비스 태스크포스(USPSTF) 위원 전원을 해임하고 새로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케네디 장관은 USPSTF 위원 16명이 지나치게 "진보적(woke)"이라는 이유로 교체를 추진하고 있으며,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새로운 구성의 USPSTF가 HIV 예방약(PrEP)에 대한 기존 권고를 철회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USPSTF는 1984년부터 미국 내 예방 서비스 및 약물 관련 권고를 담당해 온 독립 자문기구로, 위원들은 예방의학 및 근거중심의학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이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
길리어드가 6월 출시한 연 2회 투여 PrEP 치료제 '예즈투고'는 아직 USPSTF의 권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기존 PrEP 제품인 '데스코비'나 GSK의 '아프리튜드'에 대한 권고가 철회될 경우, 보험 보장 축소 또는 제네릭 전환 등의 파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퍼리스의 애널리스트는 "새 USPSTF가 구강형 PrEP의 보험 보장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예즈투고 역시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어링크 측 애널리스트 또한 "예방 치료가 HIV 치료보다 경제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보험사들이 곧바로 보장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지만, USPSTF 권고 없이도 보험이 적용되는지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외 리스크도 겹쳐…EU산 의약품에 수입관세 15% 부과

미국 내부의 정책 리스크에 더해, 대외 통상 환경도 제약업계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과 미국 간 무역협정이 타결되면서, 유럽산 브랜드 의약품에 15%의 수입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일부 제네릭 의약품은 면제 대상에 포함됐지만, EU 제약업계는 최대 130억~190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존에는 의약품이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지만, 현재 의약품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품목 중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며, 미국 전체 의약품 수입 중 약 60%가 EU산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로 인해 일부 제품의 소비자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며, 제약사들은 사전 재고 확보, 생산시설 이전, 위탁생산 계약 확대 등을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예를 들어, 로슈는 미국 내 재고를 확충하고 있으며, 사노피는 뉴저지 생산시설을 써모피셔에 매각해 미국 내 생산을 유지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반면, 애브비, BMS, 일라이릴리 등 미국 내 생산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정부는 별도로 제약 산업 전반에 대한 국가안보 조사도 진행 중이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무역협상 전 일부 의약품에 최대 20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UBS, ING 등 주요 증권사들은 "국가안보 조사의 결과로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은 낮지만, 무역협정이 아직 공식 서명되지 않은 만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바카라 에볼루션의 내부 혼선, 보건복지부의 정치적 개입, 글로벌 통상 압박까지 겹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약 규제환경의 예측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