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파마, 릴리·노보 양강 구도 속 개발 중단에도 바카라 에볼루션 시장 공략
한미·동아·케어젠·디앤디, 복약 편의성·안전성 앞세워 차별화 승부

글로벌 제약사들이 비만 치료제 개발에서 연이어 실패를 겪고 있음에도 전략 수정과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를 통해 시장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약물의 한계를 보완한 병용 요법과 차별화된 기전으로 재도전에 나서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부작용 감소와 복약 편의성 개선을 무기로 틈새 공략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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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겨냥 실패 속에도…빅파마들, 전략 수정하며 경쟁 지속

로슈가 최근 장기 작용 PYY 유사체 'CT-173'의 개발을 중단했음에도 불구하고, 바카라 에볼루션 치료제 시장 재진입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회사는 덴마크 질랜드 파마와 총 53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글로벌 협력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아밀린 유사체 '페트렐린타이드'의 개발과 상업화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계약에는 로슈가 보유한 GLP-1/GIP 이중작용제 CT-388과의 복합제 개발 계획도 포함돼 있으며, 질랜드는 미국과 유럽에서의 공동 판매에 참여하고, 로슈는 기타 지역 독점권을 보유하게 된다.

로슈는 지난해 말 카못 테라퓨틱스를 약 27억달러에 인수하며 바카라 에볼루션 치료 파이프라인을 확장했으나, CT-173은 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임상 진입 전 개발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로슈는 새로운 기전의 식욕 조절 호르몬인 아밀린에 주목해, 렙틴 감수성을 회복하는 작용을 가진 페트렐린타이드로 바카라 에볼루션 및 대사질환 치료 전략을 재정비했다. 임상 1b상에서 확인된 체중 감소 효과와 안전성을 바탕으로, 향후 CT-388과의 고정용량 병용 제형 개발을 통해 다양한 치료 옵션을 시장에 제시할 계획이다.

화이자 또한 지난 4월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다누글리프론'의 임상 개발을 최종 중단했다. 간 손상 부작용이 확인되면서다. 이 약물은 당초 1일 2회 복용 방식으로 개발됐지만 부작용 문제로 중단됐고, 이후 1일 1회 제형으로 재설계됐음에도 간 효소 수치 이상으로 개발이 철회됐다.

현재는 GIP 수용체 길항제 기반 조기 개발 파이프라인에 집중하고 있으며, R&D 조직 개편을 통해 절감한 자원을 신약 개발에 재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암젠도 지난 5월 경구용 바카라 에볼루션 치료제 'AMG 786'의 개발을 중단하고, 주사제 '마리타이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마리타이드는 월 1회 이하로 투여 가능한 GIP 수용체 억제 기반 GLP-1 작용제로, 현재 두 건의 글로벌 임상3상(Maritime)이 진행 중이다. 암젠은 이 약물의 주요 데이터를 2027년 공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글로벌 제약사들은 GLP-1을 비롯해 GIP, 아밀린 등 대사 관련 호르몬 기반 기전을 중심으로 바카라 에볼루션 치료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기존 신경과학 분야를 철수하고 바카라 에볼루션 및 면역질환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중국 에코진으로부터 GLP-1 기반 경구용 후보물질 'AZD5004'를 도입해 단독요법은 물론 병용요법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애브비도 올해 3월 덴마크 바이오텍 구브라로부터 'GUB014295'를 도입하며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이 약물은 아밀린(amylin)과 칼시토닌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지속형 아말린 유사체로, 식욕 억제 및 포만감 유도 기전을 갖고 있으며 현재 임상 1상 단계에 있다.

 

릴리·노보노 양강이지만...선발주자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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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기업이 마주한 벽은 기술 개발만이 아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이미 의료 시스템 깊숙이 진입해 있으며, 경구 제형 확대와 병용 전략까지 앞세워 전방위적인 시장 장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선점 기업 조차 성장이 결코 순탄치 않다. 노보 노디스크는 주사제 '위고비'의 급성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 내 수요 둔화와 해외 시장 침투율 한계에 직면하며 위기를 맞았다. 지난 25일 매출 및 영업이익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고, 그 여파로 주가는 하루 만에 23% 하락했다. 이에 따라 경영진 교체도 단행됐다.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내부 출신인 마지아르 마이크 두스다르(Maziar Mike Doustdar)가 선임됐으며, 그는 30년간 노보에 몸담은 인물이다. 보수적인 기업문화 속에서 혁신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를 두고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GLP-1 계열에서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서, 미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외부 인사 대신 내부 인사를 택한 것이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최고전략책임자(CSO) 교체까지 예정돼 있어, 노보와 협력 관계를 이어온 다수의 파트너십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일라이 릴리는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 1회 주사제 '마운자로'에 이어, 바카라 에볼루션 치료제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젭바운드'의 매출이 확대되고 있으며, 경구용 GLP-1 후보물질인 '오포글리프론'도 임상3상에서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해 연내 품목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복용 편의성 측면에서 위고비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출시 시점에는 시장 경쟁 구도가 다시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28년까지 약 6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시장에 진입하려면 단순한 약효만으로는 부족하다. 환자의 복약 지속성과 직결되는 '부작용 관리'가 점점 더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GLP-1 계열 약물은 반감기가 길어 간 손상, 구역감, 설사, 근육 감소 등 다양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복용 중단률을 높이고 상업적 성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바이오, '부작용 줄이기'로 틈새공략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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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한계에 주목해 부작용을 줄이고 복약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차별화된 신약 개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H.O.P(Hanmi Obesity Pipeline)' 프로젝트를 통해 GLP-1 기반의 '에페글레나타이드', 삼중 작용제 'HM15275', 근육세포 증식 기전의 'HM17321' 등 세 가지 파이프라인을 병렬 개발 중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현재 국내에서 환자 모집을 완료하고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임상 종료 및 허가 일정은 2026년 하반기에서 2027년 출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HM15275는 GLP-1, GIP,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삼중 작용 기전을 바탕으로 체중 감량뿐 아니라 에너지 대사 개선 효과를 함께 노린다.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상용화는 2030년 이후를 목표로 하고 있다.

HM17321은 근육세포 증식 유도 기전을 바탕으로 체중 감량과 근감소 예방을 동시에 겨냥하며, 고령 환자까지 포함하는 전략적 개발이 진행 중이다. 현재 비임상 및 초기 안전성 연구 단계로, 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 메타비아(MetaVia)를 중심으로 GLP-1·글루카곤 이중 작용제 'DA-1726'을 개발 중이다. 단일용량·다중용량으로 구성된 글로벌 임상 1상에서 긍정적인 안전성 및 체중 감량 신호를 확인했으며, 일부 용량군에서 12주 기준 4.3~6.3% 체중 감소와 허리둘레 감소, 높은 포만감이 보고됐다.

DA-1726은 기존 GLP-1 약물 대비 부작용이 적고 근육 유지에도 유리하다는 점을 내세우며, 향후 틈새시장 공략과 자체 상업화, 글로벌 공동개발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케어젠은 펩타이드 기반의 경구형 비만 치료제 '코글루타이드'를 통해 주사제 중심의 시장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GLP-1 수용체와 IGF-1 수용체를 함께 자극하는 기전을 통해 체지방 감량과 근육 보존을 동시에 유도한다. 또한 30분 이내라는 짧은 반감기로 인해 간손상을 최소화 한 것이 특징이다. 

인도 임상에서 체중 10.75% 감소, 당화혈색소 0.9%p 감소, 근육 손실 0.27kg에 그치는 결과를 확인했으며, 내장지방 중심의 체중 감소와 WHR(허리-엉덩이 비율) 개선 효과도 관찰됐다. 케어젠은 현재 미국 FDA에 건강기능식품(NDI) 등록을 추진 중이며, 멕시코, 레바논, 에콰도르 등에서 해외 등록을 완료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자회사 뉴랄리를 통해 GLP-1 기반 장기 지속형 제형을 개발 중이다. 주 1회 또는 월 1회 투여를 목표로 하는 약물전달 플랫폼을 바탕으로, 체중 감량과 함께 당 대사 및 인슐린 감수성 개선 효과를 함께 겨냥한다.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진입을 준비 중이며, 향후 퇴행성 뇌질환과 병발하는 대사질환 치료 분야까지 병용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과의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 협의도 병행 중이며, 전임상에서 확보한 내약성 및 기전 기반 데이터를 토대로 글로벌 사업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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