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티지랩·지투지바이오·펩트론...'마이크로스피어' 기술 각기 달라
GLP-1 기반 비만 치료제가 주목받으면서, 약효를 오랜 시간 유지할 수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LAI, Long Acting Injectable) 기술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주 1회 혹은 월 1회 투여만으로 약효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복약 편의성과 치료 순응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벤티지랩, 펩트론, 지투지바이오 등 바이오 기업들이 이 시장에 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마이크로스피어(microsphere)라는 동일한 개념의 약물전달시스템(DDS)을 기반으로 하지만, 실제 구현 방식과 기술적 강점은 각기 다르다.

프로덕트는 같아도, 제조 방식은 전혀 다르다
마이크로스피어는 생분해성 고분자(폴리머)로 구성된 미세 입자 안에 약물(API)을 봉입해, 체내에서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방출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주사를 하면 고분자가 체내에서 자연스럽게 분해되며 약효 성분이 일정 기간동안 일정한 양으로 방출된다. 외형은 단순하지만, 생산에는 정밀한 공정 제어가 필요하며, 실제 기술적 완성도와 경쟁력에는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는 인벤티지랩, 지투지바이오, 펩트론이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스피어 기반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제조 방식은 전혀 다르다. 인벤티지랩은 미세유체(Microfluidics), 지투지바이오는 멤브레인(Membrane), 펩트론은 분무건조(Spray Drying) 기술을 각각 적용하고 있다.
인벤티지랩
"퀄리티가 곧 약효"… 미세유체 방식에 집중

인벤티지랩은 마이크로스피어의 '퀄리티'를 핵심으로 보고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적용한 미세유체 방식은 폴리머와 약물(API)을 아주 얇은 관을 통해 흘려보낸 뒤, 연속상과 만나 하나하나 입자를 형성하는 원리다. 이 방식은 입자 크기 분포가 매우 정교하며, 구형 형태와 매끄러운 표면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 기술로 구현된 마이크로스피어는 주사 직후 혈중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초기 과방출(Initial Burst)을 억제하고, 약물이 한 달 이상 일정한 혈중 농도 내에서 방출되는 결과를 보였다고 회사는 전했다. 입자 크기의 균일성과 물리적 구조 역시 약물 방출을 일정하게 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 방식은 대량 생산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으나, 인벤티지랩은 이 문제를 채널의 병렬화 및 집적화를 통해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초기 7채널에서 시작해 145채널, 450채널, 현재는 3000채널 수준으로 확장했으며, 동일한 조건에서 수천 개의 채널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지투지바이오
"7만 개 구멍의 멤브레인으로 맞춤형 설계"

지투지바이오는 마이크로스피어 제조에 멤브레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들이 사용하는 멤브레인은 스테인리스 소재로 제작돼 있으며 한 장에 약 7만 개의 미세 구멍이 뚫려 있다고 설명했다. 폴리머와 API가 녹아 있는 용액을 이 구멍을 통해 통과시키고, 연속상에서 잘라내듯 미세입자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입자 크기를 5~50마이크론 범위에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적응증이나 투여 방식에 따라 다양한 설계가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크기가 큰 입자는 약물 방출 기간을 길게 만들 수 있고, 작은 입자는 더 얇은 주사 바늘을 사용할 수 있어 통증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구멍 크기, 용액의 농도, 연속상의 유속 등 변수들을 세밀하게 조정해 입자 특성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생산 규모 확대 시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기술 전략의 핵심으로 언급했다. 멤브레인 판의 수나 구멍 크기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스케일업이 가능해, 대량생산으로 전환할 때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펩트론
"균일한 입자, 더 얇은 주사 바늘까지"

펩트론은 초음파 진동자를 활용한 분무건조 방식으로 마이크로스피어를 제조한다. 회사는 이 공정에 사용하는 장비를 자체 개발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오랜 시간 동안 균일한 입자 크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자의 균일성이 확보되면 주사 시 더 얇은 바늘을 사용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환자의 통증이 줄어들고 투여 편의성이 향상된다는 것이 펩트론의 설명이다. 회사는 또한 오랜 기간 축적한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장기간 생산 시에도 제품 품질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조 기술 정교함이 효능 좌우한다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은 고분자의 농도, 용액의 유속, 입자 크기, 건조 속도 등 제조 공정의 세부 조건들이 약물의 약동학적 특성(PK)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정 조건이 아주 조금만 달라져도 약물의 방출 속도나 혈중 농도 곡선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 때문에 대량생산에 돌입했을 때 각 생산 배치(batch)마다 약동학적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일관되게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기술이 나온지 30년이 경과했지만 아직 관련 의약품 개발이 더딘 이유다. 같은 성분, 같은 제형이라도 제조 공정을 동일하게 맞추지 않으면 효능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핵심은 동일한 제형이라도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따라 약효는 물론 환자 편의성, 대량생산 시의 품질 일관성까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제조 기술의 정교함이 곧 약물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시장에서 어떤 기업이 선두를 점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