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 ADC·RDC·XDC 등 플랫폼 기술로 파트너링 가속화

[보스턴=심예슬 기자] 중국 바이오 산업의 부상이 눈에 띈다.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던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판도에 변화가 감지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실제로 'BIO USA 2025' 현장에는 지난해보다 많은 중국 기업들이 참가해 기술 수출과 파트너십 구축을 목표로 분주한 일정을 소화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중국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미국과 유럽 수준으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말하며, 한국 바이오 산업도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은 현장에 참가한 개별 기업들의 전략과 성과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정밀 접합(conjugation)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XDC(Conjugate Drug) 개발에 주력하는 진퀀텀(GeneQuantum Healthcare)은 BIO USA 2025 현장에서 30여 건의 미팅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번이 첫 BIO USA 참가라는 진퀀텀 관계자는 "다양한 기술이전 모델과 유연한 파트너십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진퀀텀은 효소 기반의 고효율 접합 기술과 클릭화학(click chemistry)을 결합한 고유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단일클론항체(mAb) 생산 시설에서도 확장 가능한 제조 공정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DC를 넘어 방사성접합체(RDC), 항체올리고접합체(AOC) 등 항암제를 넘는 다양한 적응증에 확장 가능한 XDC 플랫폼을 추구하고 있다"며 "first-in-class와 best-in-class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현재까지 미국 바이오헤이븐(Biohaven)을 포함한 2개 기업에 ADC 파이프라인을 라이선스 아웃한 바 있으며, 한국의 에임드바이오에도 자사의 접합 기술을 이전했다. 그는 "에임드바이오가 타깃 항체를 제공하고, 당사는 접합 기술을 제공하는 형태로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파트너사의 니즈에 따라 다양한 라이선싱 모델을 유연하게 제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사성동위원소 기반 표적 항암치료제(RDC)를 개발 중인 C 래이 테라퓨틱스((C Ray Therapeutics)도 바쁜 일정 속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다. 2021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24년 시리즈 A+ 투자유치를 통해 1억 달러 이상을 확보했으며, 현재 자사 파이프라인의 라이선스 아웃을 위한 해외 파트너를 찾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행사 시작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10개 이상 기업과 미팅을 가졌다"며 "전체 행사 기간 동안 20~30개 기업과 접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방사성의약품 기반의 항암제(RDC, Radio Drug Conjugate)를 개발하고 있다.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유사하지만, 약물 대신 방사성 동위원소를 탑재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그는 "RDC는 제조·유통 측면에서 높은 기술적 요건을 필요로 한다"며 "당사는 중국 청구에 자체 제조시설을 구축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의 물류 시스템을 완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국 바이오텍과 협력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회사의 RDC 파이프라인은 전임상 단계에 있으며, 저분자 화합물과 병용을 통해 항암에서 방사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DNA 인코딩 화합물 라이브러리(DNA-encoded chemical library, DEL) 기술로 잘 알려진 힛젠(HitGen)은 1.2조 개 이상의 화합물을 보유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글로벌 신약 개발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번 BIO USA 2025에서도 자사의 핵심 기술을 앞세워 글로벌 파트너링을 모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현재까지 53개 타깃 클래스, 1600개 이상의 라이브러리를 구축했으며, 약 80%의 기능적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DEL 플랫폼은 세계 최대 규모로,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에 공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RNA 기반 희귀화합물 설계 등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치료제 영역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표적 단백질 분해제(TPD) 등 차세대 약물 개발 기술 영역으로도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협력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기술이전 사례가 있냐고 묻자, 회사 관계자는 "2세대 NTRK 및 ROS1 억제제의 경우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경구용 치료제에 대해 중국 본토를 제외한 글로벌 권리를 기술이전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CRO 기업으로써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화이자(Pfizer),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등도 당사의 플랫폼을 활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차이나 파빌리온 현장에는 파폰바이오파마(Fapon Biopharma), 디바믹스(DIVAMICS), 트랜즈젠바이오텍(Transgen Biotech), 무진켐(Mujin Chem), 선페(SuNPe), 미트로(Mitro) 등 기업들이 참여해 많은 미팅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