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회원 '0'명 참여 기다린다"... 몸치, 박치도 다같이 소리 질러

선생님의 난타 연습실에서 미러볼을 켜고 동작을 맞춰보는 ‘흔들어 잭히라’
선생님의 난타 연습실에서 미러볼을 켜고 동작을 맞춰보는 ‘흔들어 잭히라’

 내 삶의 쉼표  심평원 다이어트 댄스 동호회

어릴 적, 초등학교에서 음악줄넘기를 배운 적이 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한참을 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해소됐고, 선생님의 동작을 하나하나 따라 했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무려 20년 전의 일이지만,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기억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사내 동호회 목록을 살펴보다가 눈에 띄는 이름 하나가 있었다. 무려 '흔들어 잭히라'! 26개 동호회를 제치고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은 그 이름에 호기심이 생겼다. 게다가 회원 중 70%가 내성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내성적인 사람들이 과연 함께 춤을 출 수 있을까? 살짝 걱정도 됐지만, 지나가던 직원이 "그렇게 유쾌한 인터뷰는 처음 본다"고 말할 정도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심지어 회원들은 인터뷰 자체도 비밀에 부쳤다고.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랬다는데, 정작 1시간 동안 그들과 함께 흔들어 보니 다이어트 댄스의 매력을 완벽하게 깨닫고 말았다.

[끝까지 HIT 13호] 시작은 총무를 맡고 있는 홍지은 대리(위원회운영실 위원회운영부)의 '퇴근 후 동기들과 다이어트 댄스를 배우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거리와 시간이 적합한 교육은 전부 K-POP 댄스 위주였고, 오로지 다이어트 댄스만  배우고 싶어 동기들에게 동호회 개설을 제안했다.

총무를 맡고 있는 홍지은 대리
총무를 맡고 있는 홍지은 대리

홍지은 대리는 "동기들끼리 선생님을 섭외해서 동호회를 만들기로 결정했는데, 3급 이상의 직원을 포함해야 하는 등 사내 동호회 개설 기준이 있었다. 부서 팀장님과 부장님께도 도움을 요청해 동호회를 개설했다"고 말했다.

선생님 섭외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엔 줌바 댄스 및 다이어트 댄스로 시작했는데, K-POP이나 방송 댄스와 달리 해당 장르의 강사가 워낙 적었기 때문이다. 섭외를 위해 전화를 했다가 불가능하다고 하면 "아시는 분 있냐"며 요청하고, 소개를 받다가 운 좋게 섭외에 성공했다. 회원을 모으기도 어려웠다. 동호회를 개설하려면 10명 이상의 회원이 필요해 아는 직원들에게 이름만 빌려달라고 부탁했는데, 처음에는 이름조차 안 넣겠다는 사람이 더 많았다.

회장을 맡은 박지영 대리(포괄수가실 분류체계개발부)는 "저도 처음엔 명단 작성이랑 동호회 개설만 도와주고 가입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가 동기들이 한다고 하기도 하고 새로운 장르의 운동에 흥미를 느껴 가입했고, 회계 업무를 거쳐 회장을 맡게 됐다"고 전했다.

 

동호회 가장 큰 매력은 이름과 홍보자료
스트레스 해소, 다이어트 효과도 확실

두 사람은 동호회의 가장 큰 매력으로 이름을 꼽았다. '흔들어 잭히라' 이 동호회가 취재 대상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름 지을 때 크게 고려했던 두 가지는 '소속감'과 '스트레스 해소 목적 어필'이었다.

홍 대리는 "사내 동호회의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서 심평원의 영어 약자인 'HIRA'를 꼭 넣고 싶었다. 또 칼군무를 맞추기 보다 말 그대로 같이 흔들어 제끼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안무를 외워서 완벽하게 완성하겠다는 생각보다 단순히 즐기자는 취지를 어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리가 제작하는 흔들어 잭히라 홍보자료
박 대리가 제작하는 흔들어 잭히라 홍보자료

동호회 홍보자료는 회장인 박지영 대리가 직접 제작해 1년에 1~2번 사내 게시판에 게시한다. 춤을 추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호우~! 하!' 같은 추임새도 다른 직원들의 관심을 끄는 요소다.

다이어트 댄스인 만큼 운동 효과도 확실하다. 주로 라틴 계열의 노래로 수업이 진행되고, 연달아 재생되는 8090년대 노래와 신곡들에 몸을 흔들다 보면 1시간에 500칼로리 소모는 거뜬하다. 실제 동호회 회원들 중 본인 결혼식과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다이어트에 성공해 만족스러움을 느낀 회원도 있다.

박 대리는 "정서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이 되는 게 원주에서는 저녁에 할 일이 많지 않다. 동호회를 통해서 신나는 음악과 춤으로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 동호회에 많은 직급의 직원분들이 계신데, 춤출 때 만큼은 직급에 상관없이 다같이 즐긴다. 부장님, 차장님이랑 친해져서 회사 생활 적응에도 도움이 된다. 얼마 전에는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난타 연습실에서 난타 체험도 하고, 동호회 돌잔치도 진행할 정도로 친밀하다"고 했다.

 

1호 남자 회원은 공석 '언제든 환영'

내성적인 분들도 일단 와보세요

현재까지 동호회에 남자 회원은 0명. 심평원의 남자 직원 비율이 적기도 하고, 여성들 사이에서 춤을 추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대리와 박 대리는 "절대 여성 전용 동호회가 아니다!"라며 남성 회원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회장을 맡고 있는 박지영 대리
회장을 맡고 있는 박지영 대리

내성적인 사람을 위해 춤을 잘 추고 있다는 착각을 주는 미러볼도 장만했다. 박 대리는 "미러볼이 생각보다 춤을 잘 추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앞자리에 서는 걸 두려워하는 분들을 위해 늘 임원진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춤이라고는 제 인생에서 존재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끌려온 건데 지금은 스트레스 받거나 수업이 없는 날엔 '아 다이어트 댄스 하고싶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며들었다"고 웃었다.

홍 대리는 "저는 원래 몸치 박치다. 회사에서 상사들과 춤을 추기가 쉽지 않고, '너무 못 추면 남들이 비웃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선생님 동작을 따라가다 보면 남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오직 내 몸의 움직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고, 내성적인 분들도 선생님한테 이끌리다 보면 저절로 몸을 움직이고 즐기게 된다"고 어필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체험을 위해 수업에 참여바카라 온라인. 두 사람의 말대로 선생님 동작만 따라가다 보니 내 옆에 사람이 어떤 동작을 하고 있는지는 눈에 보이지도 않았고, 동작이 익숙하지 않아 어설프게 따라했는데도 360칼로리를 태웠다.

수업 전 몸을 풀고 있는 회원들
수업 전 몸을 풀고 있는 회원들

신나게 다이어트 댄스를 배운 후 신명희 강사를 만났다. 그는 다이어트 댄스 강사로 활동 중인 딸의 부탁으로 심평원에 오게 됐다. 심평원에서 강사를 찾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서울과 원주를 오가는 일정 때문에 스케줄이 맞지 않았던 딸이 부탁을 해왔던 것이다. 신 강사는 "처음엔 잠시 맡는다는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역시 회원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다. 막상 와보니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즐기고, 서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계속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00kg에 가까웠던 회원 한 분이 처음엔 힘들어했지만, 점점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는지 식단 관리까지 병행하며 더 좋은 변화를 만들어 냈다"고 언급했다. 신 강사는 "춤을 잘 추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흔들면 어느새 운동이 즐거워질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동호회 이름처럼 흔들어제끼고 간다는 느낌에 원주에서 저녁 8시 기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피곤하긴 커녕 색다른 경험에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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