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RPIO-PEP 시험서 발병률 위약 대비 67% 저하
일동, 예방효과 데이터 추가해 허가 재신청

긴급승인을 거절당한 일동제약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조코바(성분 엔시트렐비르푸마르산)'의 품목허가 재도전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조코바'가 코로나19 예방 효과 적응증을 추가로 입증한 글로벌 3상 임상시험(SCORPIO-PEP 시험) 데이터를 포함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단계를 밟고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 2021년 11월, 일본 시오노기제약과 공동 개발한 바카라사이트 홈런를 긴급사용승인 신청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식약처 긴급사용승인 및 정부 구매 필요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일동제약은 이후 정식 품목 허가 쪽으로 선회했지만 식약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작년 10월 시오노기가 조코바의 SCORPIO-PEP 시험 결과를 발표한 이후 달라지는 분위기다.
시오노기는 조코바의 예방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글로벌 3상 시험인 'SCORPIO-PEP'에서 투여 후 10일까지 발병률이 위약그룹에 비해 67% 저하시키는 등 1차 평가항목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임상 3상은 코로나 환자의 가족·동거인 등 공동 생활자 2400여명을 대상으로 아시아와 미국, 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진행됐다.
회사 측은 "1차 평가 유효성 평가를 위해 코로나19 증상 발현 시점부터 10일까지 이뤄졌다"며 "1일 1회 투여하는 엔시트렐피르는 위약군 대비, 가정 내 접촉자 노출 후 증상이 있는 감염자 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엔시트렐비르는 안전성 문제도 새롭게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일동제약은 코로나19 팬데믹이 극에 달했을 때 임상 3상을 했다"며 "당시 바이러스는 전염력이 강했고 국민들의 백신 접종률도 높았다. 면역력이 상당히 올라간 상태에서 임상 3상에 돌입했다. 일동제약이 '조코바의 효과가 허가를 해줄 만큼 강력한 것인가'를 두고 식약처와 논의를 거듭했지만 결국 식약처를 설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코바 예방 효과 데이터를 확보한 지금은 다를 것"이라며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다른 치료제에 비해 떨어져도 동거인에 대한 예방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적응증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된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 외에 또 다른 대안도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대만과 홍콩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질병청은 최근 고령층,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백신접종을 완료하라고 권고했다.
일동제약이 최근 기존 허가 신청을 취하하고 SCORPIO-PEP 데이터를 추가해 재신청하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한 점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국내 제약사 개발본부장은 "일동제약이 과거와 달리 국면이 전환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자들의 면역력이 감소하는 상황에 조코바가 예방 효과를 보인 임상 3상 데이터를 통해 식약처 관문을 넘겠다는 승부수"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다만 코로나19 재유행의 규모가 관건"이라며 "재유행이 대규모로 일어날 경우 정부는 고위험자를 대상으로 백신을 대규모로 접종하거나 치료제를 복용하도록 해 환자 발생률을 빠르게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상황이라면 조코바의 예방 효과가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엔데믹 국면이라면 식약처 허가 관문을 넘기는 힘들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임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오노기가 발표한 임상 3상 데이터에서 중증 감소 관련 데이터가 향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식약처 전 임상심사위원은 "요즘은 코로나19 접촉 관리가 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족 누군가 확진되면 옮기 쉽다. 그런 측면에서 시오노기와 일동제약이 조코바의 초점을 치료가 아닌 예방쪽으로 돌리고 추가 임상을 시도한 것은 좋은 전략"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만, 동거인이 폐렴 등 중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았다는 데이터가 추가로 공개돼야 한다"며 "고위험군 같은 동거인이 조코바를 복용하고 폐렴과 같은 특정한 진단명이 있는 질병을 억제됐다면 새로운 치료 옵션도 될 수 있다. 지금은 '증상 예방'같은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