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상장제도에 기댄 산업…창업 철학과 재무 구조부터 바로 세워야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한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연이어 실적 부진과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위기에 처하면서, 제도 운영 방식은 물론 이를 활용하는 창업 철학과 조직 구조까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트로메딕과 파멥신 두 곳이 상장 폐지가 결정됐지만 기업의 가처분 신청으로 보류 중이다. 뿐만 아니라 이원다이애그노믹스, 셀레스트라(구 클리노믹스), 피씨엘, 엔케이맥스(구 에이티젠) 등도 거래정지 상태다.
이와 관련 한 바이오 경영컨설턴트 기업 대표 "아무리 우수한 기술이라도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가치와 평가는 달라진다"며 "단 하나의 기술로 창업부터 코스닥까지 직행하는 지금의 구조는 비정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이 한 과목만 잘한다고 서울대에 갈 수 없듯, 단일 기술만으로 시리즈 A~C 투자와 IPO까지 이어지는 구조는 지나치게 위험하며, 기술이 실패하면 투자자뿐 아니라 회사 존립까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이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단일 기술로 창업부터 상장까지 직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현행 제도가 근본적인 한계라는 주장이다.
그는 지금처럼 상장은 쉽게 열어주고, 이후에는 일괄 제재하는 방식은 오히려 산업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며 진입은 까다롭게, 운영은 유연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상장 전에는 기술성과 사업성을 보다 엄격히 평가하고, 상장 후에는 기술 개발이나 R&D 성과를 내는 기업에 한해 재평가를 통해 1~2년 등 일정 기간 제재를 유예하거나 재평가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며 제재는 유지하되 평가 시스템을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상장 직행이 아닌 중간 검증 단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는 "코넥스(KONEX)는 미국의 마이너리그처럼 기능할 수 있는 제도적 완충지대"라며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상장 전 검증하고, 실패한 기업에게 재기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제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제도를 잘 설계해도, 그것을 활용하는 기업 내부의 철학과 구조가 허술하다면 실패는 반복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은 기술자와 CFO가 공동 창업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교수 출신이 직장을 잃고 '창업이나 해볼까' 하는 식으로 회사를 세운다. CFO는 들러리처럼 추가되는 구조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첨언했다. 창업 단계에서부터 재무 책임 체계가 함께 구축되어야 하며, 경우에 따라 국가가 제도적으로 공동창업 형태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IPO만을 목표로 한 창업 구조, 재무 책임에 대한 인식 부재 등이 누적되면서, 상장 이후 법차손 등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는 "지금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99%는 목표가 IPO라고 말하지만, IPO는 단지 자금 조달 수단일 뿐"이라며 "진짜 목표는 연구성과 도출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업 아이덴티티 자체가 부실한 상황에서는 제도를 아무리 고쳐도 산업이 바로 설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