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대표단, 28일 환자단체와 70분 간 대화
"의료공백 사태, 유대 회복의 전환점 되길"

1년 5개월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과 국민 불안을 초래한 데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28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이하 환연)에 따르면 한성존 비대위원장 등은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아 환연 소속 환자단체 대표들과 약 70분간 간담회를 가졌다. 비대위 측에서는 한성존 위원장, 정정일 대변인, 박창용·남기원·김동건 비상대책위원이 참석했으며, 환연 측에서는 안기종 대표를 비롯해 백혈병, 신장암, 선천성심장병, 건선, 1형당뇨, PROS 증후군, 파킨슨병 환우 단체 대표들이 함께했다.
이번 만남은 지난 24일 한 위원장이 국회 정문 앞에서 진행 중이던 환연의 릴레이 1인 시위를 방문해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릴레이 시위는 환자기본법안,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안, 환자피해 의무조사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 등 의료공백 피해 방지와 재발 방지를 위한 3법 심의와 의료법 개정을 촉구하는 취지로 진행 중이었다.
한성존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1년 5개월 이상 길어진 의정갈등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의료계를 대표하고 이끄는 위치에 있었던 일부 의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도 국민의 일원인 젊은 의사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만남이 환자와 의사 간 유대를 회복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의사로서의 전문성과 사회적 책무를 다해 보다 나은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안기종 환연 대표는 "1년 6개월째 의료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환자 입장에서 전공의 복귀 소식은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전공의 복귀는 조건 없는 자발적 복귀여야 하며, 환자의 생명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수단으로 다시는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단사직으로 인해 악화된 질환이나 사망에 이른 환자들도 있었음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전환된 간담회에서는 대국민 사과가 늦어진 이유, 전공의 복귀와 관련된 정부에 대한 3대 요구안 중 '전공의 수련 연속성 보장'의 범위, 환연이 요구하는 '필수의료 공백 방지 입법'의 필요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비대위는 사과가 늦어진 배경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 등을 통해 강한 압박을 가한 점이 있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사과를 먼저 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민감하고 복잡한 사안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공의 수련 연속성 보장’ 요구와 관련해 언론에 보도된 수련기간 단축, 입영 연기 특례, 전문의 시험 추가 시행 등은 공식 입장이 아니며 수련환경 개선을 통한 양질의 수련 확보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환연은 전공의 복귀를 위한 어떠한 ‘특혜성 조치’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료공백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 추진에 대해서는 비대위 역시 재발 방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법적 규제를 기반으로 추진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