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 확충? 투자자 환원? 제약사설 바카라 산업은 복잡
'몇 배' 수치 매몰보다 현실적 해결 방안 필요 지적도

더불어민주당이 국내 상장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제고를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과 관련, 산업계는 난처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근본적인 거버넌스 개선은 필요하지만 기술중심 성장과 규제산업에서 PBR을 마냥 끌어올리기에는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국내 PBR 끌어올리기에 나선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를 지탱해줄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오가도 있다.

PBR 이야기는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연 한 행사에서 나왔다. 행사에서 발표를 한 오기형 민주당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은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PBR이 글로벌 기업 대비 너무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업들이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이사회의 독립성 등을 높여야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신뢰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거버넌스 확충은 지난 7월 시행된 상법 개정안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요소 중 하나로 지적받고 있다. 오너십 위주의 불투명한 경영과 미흡한 주주환원 문제 등 거버넌스 문제를 개선해야 주가 회복에 긍정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당정의 핵심 과제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다만, 제약바이오업계는 업계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 한 대관 담당자는 "맞는 소리이긴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가 (정부가 원하는 수준에 맞게) 이행하기는 어렵지 않을까"라며 넌지시 전했다. 제약산업이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이자 돈을 쓰기 위해 모아야만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연구 및 설비 투자를 위해 영업이익의 상당량 혹은 보유금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성장 간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다른 제약사 IR 관계자는 매출 대비 시가총액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시장의 흐름이 아니라 약가 등 정부의 정책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아 이를 위해 거버넌스 개선을 할 수는 없다고 전한다. 단순히 PBR에 매몰돼 거버넌스 개선을 하라는 것은 사실상 수익성이 높은 비급여 혹은 타 분야를 촉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제약사 임원은 "정부와 정치권이 바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우리에게는 단기간 내 PBR을 올릴 재무적 여력 혹은 파이프라인이 마땅치 않다. 더욱이 매출 경쟁을 하면서 PBR이 내려간 부분도 있지 않느냐"며 "정책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낮은 주가에 투자 심리가 바이오에만 쏠릴 상황도 있다. 이미 국내 제약업계의 PBR은 아주 낮은 수준은 아닌데 모든 산업군을 PBR 만능으로만 보는 건 경계해야 할 듯 하다"라고 밝혔다.

실제 국내 코스피 내 제약바이오기업의 평균은 약 2.0배 남짓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KRX 헬스케어지수의 경우 5배 이상에 달한다. 물론 편차가 커서 국내 상위 제약기업은 상대적으로 1배가 되지 않는 곳이 수 곳 있지만 바이오기업 중 '인기가 높은 곳'은 평균 대비 높은 편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실제 알테오젠의 경우 최대 PBR이 77배에 달한 적이 있을 만큼 매출 대비 시가총액은 상당히 높다. 해외 빅파마 중에는 PBR 기준으로 한국과 유사한 곳도 많다.

바이오업계의 걱정은 다르지만 난색을 표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PBR이라는 지표에 매몰되기에는 산업 구조가 다소 복잡하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매출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감이 높아 시가총액이 높다고는 해도, 만약 라이선스 아웃에 실패하거나 임상이 실패할 경우 그 변동성은 단순히 거버넌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거버넌스를 확충해 단순히 PBR을 높이기 위한 과제보다 이를 어떻게 현실적으로 적용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임상시험과 규제 절차로 인한 상업화의 어려움, 모험에 가까운 투자심리로 시장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은 바이오업계에 지배구조 개선으로는 한계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이오는 오히려 대표가 누구냐, 얼마나 회사를 장악해 연구를 이끌어가느냐를 볼 정도로 CEO를 향한 집중도가 높고, 신약개발 상황에서 투자자의 견제가 심한 만큼 거버넌스 자체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런 요구를 버틸 수 있는 바이오업체는 국내에 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밸류업을 위한 정책은 산업별 맞춤형으로 설계돼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상 업계의 바람처럼 '어떻게 현실적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할 지 고민이 선행돼야 할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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