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충남 천안의 종근당 스마트 고형제제 생산 공장을 찾았다. 종근당이 AI와 빅데이터, 자동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통합 가상 플랫폼을 구축하고 품질 향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 방문 이후 제약사 대표 주자들은 오 처장이 마련한 간담회를 통해 AI 신약 개발 어려움 등을 주제로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 히트바카라사이트가 간담회 현장을 다녀왔다. 

오후 2시경 오 처장, 김상봉 의약품안전국장 등 식약처 공무원들은 종근당 천안 공장 곳곳을 둘러봤다. 변형원 종근당 생산본부장의 설명을 토대로 AI가 공장 내 타정실 등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품질을 예측한 과정을 지켜봤다. 

오 처장은 "작업복을 깔끔하게 입고 공장을 체험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종근당의 AI 스마트 고형제제 적용 사례를 살펴본 결과 AI가 제약 바이오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약사들이 현재 AI 기술로 어떤 것들을 구현하고 있는지, 기술 적용과정에서 애로사항은 없는지에 대한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한 이유"며 "이번 간담회에서  업계가 정부에 바라는 점을 말씀해 주시면 적극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장 투어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는 국내 제약 AI 업계 간판 주자들이 애로사항을 오 처장에 전했다. 

먼저 최경길 엔지캠생명과학 부장은 "종근당처럼 얼리어답터처럼 앞서가는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AI  필요성에 대한 온도차가 큰 게 사실"이라며 "글로벌 메인 규제기관도 AI 신약 개발 준비하고 규제를 적용하는 부분도 있다. 식약처가 해외 규제 동향 정보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면 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처장은 규제 동향 브리프의 보완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식약처는 규제 동향 브리프를 발간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해외 규제 기관의 최신 규제 동향을 담은 데이터"라며 "앞으로 해외 선진 규제기관들의 AI 적용 수준과 현황을 담아 브리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변형원 종근당 생산본부장은 "AI 기술은 허가 자료를 만들거나, 연구 단계 물질 탐색뿐 아니라 GMP 영역에서도 활용 중"이라며 "하지만 공장에서 AI를 통해 생성된 데이터를 어디까지 인정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봉 의약품안전국장은 AI 기술이 구현된 데이터를 GMP 규정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사례가 누적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최신 기술의 성격에 따라 GMP 규정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론적인 것은 규정에 전부 포함됐다. 다만 AI가 분석한 GMP 관련 사례가 누적된다면 규정에 반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이 보령 상무는 "보령은 신약 카나브의 적응증 확장을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이라며 "다만 회사가 신약 개발과 후보물질 탐색, 적응증 확장에 AI를 활용하는 것은 언제나 불확실성이 있다. 실제로 허가 단계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제약사의 AI 기술 적용에 관한 연구과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해당 분야에 지원하면 산업의 체질에 맞는 규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일종의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식약처 주도로 AI 신약개발을 연구과제로 새롭게 띄워주면 회사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상업회하는 길까지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지원 식약처 의료제품 연구부장은 의료기기, 화장품에 집중된 AI 기술 적용과 규제 모델이 점차 의약품 쪽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밝혔다. 

정 부장은 "의료기기에서는 AI가 주력 분야"라며 "식약처가 AI 기술을 통해 의료기기 평가에 적극 나서온 배경이다. 화장품에서도 비동물 모델을 통한 실험에 AI 모델링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의료기기, 화장품 분야와 의약품이 공통된 부분이 있다. 장기적으로 이런 흐름들이 이어진다면 신약 등 의약품에서도 관련된 아이디어가 연구과제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해민 한미약품 상무는 "한미는 내부적으로 AI 플랫폼을 셋업하고 활용 중"이라며 "글로벌 머신러닝 툴에 관심을 쏟고 있다. 최적의 적응증을 탐구하거나 동물에서 관찰할 수 없는 부작용 탐색 관련 머신러닝 툴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머신러닝 툴의 핵심은 데이터의 규모"라며 "영국 등이 정부 주도로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배경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희귀질환 관련 소규모 데이터만 모으고 있어 활용하는데 한계가 크다. 우리 정부가 주도해서 일반적인 질병에도 적용 가능한 대규모 데이터를 모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김진철 삼진제약 이사, 오세웅 유한양행 부사장,  김경선 한국노바티스 전무 등 AI 관련 업계의 주요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