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하의 CLUE| 고(故) 임성기 회장 5주기에 묻는다

2016년 1월 21일 1회 바카라사이트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의 건배사 겸 연설을 위해 연단에 오른 임성기 회장.
2016년 1월 21일 1회 바카라사이트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의 건배사 겸 연설을 위해 연단에 오른 임성기 회장.

한미약품 그룹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이 갑작스레 세상을 등진지 만 5년이 흘렀다. 5주기에 즈음하여 그가 신약 R&D를 사랑한 혁신 기업가였다는 점을 반추해야 마땅하겠지만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여전한 오늘의 한미약품 그룹을 보고 있자면 이런 말들은 곧장 허망해지고 만다. 임성기 회장은 글로벌 신약 하나를 갖겠다는 필생의 꿈을 후대에 남긴 채 2020년 8월 2일 새벽 별세했다. 그로부터 3년여 지난 2024년 1월, 5400억에 달하는 상속세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사이언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화학기업인 OCI홀딩스와의 통합을 전격 발표한 이후 속칭 모녀 vs 형제(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한때는 형제가, 또 한때는 모녀가 주도권을 쥐며 공방을 주고 받았다.

한미약품 그룹 경영권 분쟁의 승패는 오너가를 제외하고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이자 임성기 회장의 경기 김포 통진종합고등학교 후배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좌우했다. 형제 쪽에 의결권을 행사하며 OCI와의 통합을 좌절시켰던 신 회장은 4개월 만인 2024년 7월 이번에는 송영숙 회장 모녀와 주식매매계약(SPA) 및 공동의결권 행사 약정을 체결하며 ‘경영권 분쟁 종식’의 키맨(key man)이 됐다. 당시 신 회장은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 모두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대주주로서 자신의 경영권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그의 말대로 한미사이언스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송영숙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고 신 회장 라인으로 알려진 김재교 전 메리츠증권 부사장이 대표이사가 됐다.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외형은 갖췄지만 외부에서는 신 회장이 그립을 더 세게 잡는 것 같다는 평가가 많았다. 바카라사이트과 한미사이언스의 기타비상무이사 신분인 신 회장은 임종윤 전 사장이 쓰던 방이동 한미타워 17층 집무실에 1주일에 2번 정도 출근해 각종 경영 보고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15일 공개된 한미사이언스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신 회장은 한양정밀 몫을 포함해 총 23.38%의 지분을 확보한 반면 송영숙 회장 등 고 임성기 회장 친인척 그룹의 몫은 36.31%이다. 새 경영진이 이익 중심 관점으로 회사 시스템을 재조정하면서 신축 중인 한미 제2타워의 활용 계획이 변경되고 외부 협력업체와의 거래 관계도 큰 폭으로 조정되거나 중단되는 등 급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신 회장 라인으로 한미약품에 합류한 현대자동차 출신의 배인규 고문이 팔탄공장 직원들과 나눈 녹취록 보도는 충격 그 자체이다. 조선비즈 최근 보도에 따르면 그는 △R&D 비용을 줄이고 다른 데서 약 사오는 게 낫다 △품질관리(QC) 인력을 많이 줄여라 △(매출액 대비) 새로운 인센티브를 병원에다 제공하던지 등 발언을 했다고 한다. 사내에서 신 회장의 대리인으로 통한다는 배 고문은 외부 협력업체들과도 마찰음을 드러내고 있다. 수십년 한미약품과 거래해 온 한 업체 대표는 최근 납품 단가를 절반 가까이 낮추거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비리를 제보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히트바카라사이트에 증언했다. 또 다른 대표도 납품 단가 문제를 언급하며 (비리와 관련한) 증거자료를 가져오지 않으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약개발 명가라는 한미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김재교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취임 메시지를 고려하면 도대체 신 회장의 진심은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추천만 했을 뿐 김도, 배도 자신의 뜻을 반영해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라는 변명이라도 내놓아야 할 판이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조선일보 인터뷰 보도 발췌. 2024년 9월 4일자.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조선일보 인터뷰 보도 발췌. 2024년 9월 4일자.

“나는 한미 창업주의 가족과 다름없다.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한미 지분 매각하고 나가는 일은 없으니 임직원과 주주 모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형제에서 모녀의 백기사로 유턴한 직후인 작년 9월 신 회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로부터 1년 채 되지 않은 올해 7월 녹색경제신문은 신 회장의 지분매각설을 보도했다. "최근 신 회장 측 인사가 사모펀드, 법인 등 한미그룹 투자에 관심이 큰 FI(재무적 투자자)들을 연쇄적으로 접촉하면서 IR을 하는 등 지분 매각의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2010년 420억을 투자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확보한 신 회장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7000~8000억을 시장에 제시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비슷한 시기 송영숙 회장 측이 신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과 자택인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아파트를 가압류했다고 비즈한국이 보도했다. 유턴에 유턴을 거듭하는 꼴이다.

2015년 한미약품이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는 성과를 내놓기 전까지 시장은 공격적 R&D 투자를 우려했고 주가는 몇 년간 바닥을 쳤다. R&D 가능성을 설명하는 회사측의 IR 활동에도 시장은 꿈쩍하지 않았다. 한미에 투자했던 신 회장은 이 즈음 김포통진종고 선배인 임성기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주가부양을 채근했고 IR 책임자들은 김포시 양촌면 한양정밀을 찾아 설득했다. “R&D도 좋지만 이익도 생각해가면서 해야지” 신 회장은 당시 그렇게 쓴소리 했다.

바카라사이트 그룹의 키맨이던 임 회장의 별세 이후 가족간 경영권 분쟁이 터지면서 신 회장은 매출 1조5000억 규모 신약R&D 기업의, 자의든 타의든 키맨이 됐다. 바카라사이트 그룹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명확한 답을 이제 그는 내놓아야 한다. 배 고문의 말 처럼 R&D를 줄이고 약을 사올 것인지, 가족이라던 생각이 바뀌어 이제는 지분을 매각할 것인지 등등. 23%의 지분을 가진 신 회장의 생각과 행보에 동의할지 판단할 시간과 권리가 나머지 77% 주주들에게도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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