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사람, 가봤던 사람, 못가본 사람 4인의 후일담 |
컨벤션만 여섯 번 완주, 기사에 숨은 '미저리식' 취재
더없이 컸던 부스와 코리안 나이트, 아쉬움도 있다?
깨질지언정 부딪혀라, 하지만 '실속'은 챙겨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을 들썩이게 만든 바이오 USA가 마무리됐다. 국내 기업들의 파트너링을 위한 격전을 취재하고 돌아온 허현아 콘텐츠팀장과 심예슬 바이오담당 기자는 많은 기사를 썼다. 기사에 담지 못한 말들도 많았다. 두 기자와 함께 예전 행사를 취재했던 이현주 취재팀장과 '못다녀온' 이우진 수석기자가 사무실 근처 한 카페에 모였다. 기사에 담을 수 없었던 바이오USA의 후일담을 방담으로 정리했다.

이우진 가벼운 이야기를 하면서 무거운 이야기로 흘러가는 게 낫겠네요. 아무런 주제 없이 던져놓고 이야기합시다. 무사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보스턴 맛집 좀 알려주세요.
허현아 저도 처음 가서 맛집은 잘 모르지만, 랍스터와 해산물이 유명하더라고요.
이현주 보스턴에 도착하기 전까지 인상적이었던 건 뭘까요?
허현아 가는동안 좋았던 점은 비행기 안에서 초고속 인터넷이 비행 중 가능하다는 것이었어요. 그것도 무료로. 메신저를 하고 메일도 보내고 기사를 쓰면서 세상 참 좋아졌다 생각했어요.(일동 웃음). 덕분에 장시간 비행이 심심하지 않았죠.
심예슬 돌아오는 길에 식품업체 관계자를 만났어요. 바이오 USA에 식품업체가 왜 올까 궁금했는데 세포배양 배지를 하는 기업이었어요. 트렌드를 읽고 벤치마킹 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허현아 경유 편을 타면서 한국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바이오 USA에서 준 가방이 기념품이자 표식이었어요. 신사업 팀장으로 이번 행사에 참가한 분에게 의약품 분야가 체계적이고 분위기도 확실히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우진 근데 보스턴에 들어가면 시간이 어떻게 됩니까? 시차가 제법 크잖아요.
허현아 주말이 계속되더라고요. 보스턴은 13시간 차이가 벌어지는데 경유지인 하와이가 다시 시차가 벌어지니까 도착하니 토요일, 도착하니 토요일인 상황이 계속됐어요. 참 토요일 주말을 길게 살았다, 주말이 길다 싶었죠.
이우진 직장인의 꿈 아닌가요? 일요일도 아니고 토요일의 연속. 이제 그럼 행사 관련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볼게요. 사실 재미있잖아요. 행사가 시작되면 사람들이 세일처럼 정신없이 뛰어가잖아요. 메인 부스가 짠하고 열리고.

수백명 인산인해에 지자체장까지 왔다
'코리안 나이트' 뒷이야기
허현아 이번 바이오USA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노원구와 전북도가 눈에 띄었고, 전북도지사가 코리아 나이트에서 '전성기(전북의 성공을 기원)'라고 건배사한 것이 기억에 남네요.
이현주 코리안 나이트가 네트워크 자리이긴 해도, 3년 전 제가 갔을 때는 스펜서 남 대표나 바이오벤처 대표 분의 강의 후 만찬을 하는 형태였죠. 이번에는 어땠나요?
허현아 이번에는 강의 없이 처음부터 스탠딩 테이블에서 핑거푸드와 음료, 와인을 먹으며 교류하는 형태로 진행됐어요. 네트워킹에 좀 더 충실하게 기획된 것 같아요.
심예슬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서 오히려 주요 참석자들 목소리가 안 들려 인터뷰를 진행하는 데는 조금 어려웠어요.
이우진 근데 이번 코리안 나이트가 좀 더 목적에 맞는다고 생각해요. 자리 잡아놓고 이 홀에서 이야기만 하라 하면 실제로 이야기 안합니다. 바이오재팬의 경우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의 식당 한 층을 빌려 이야기를 했는데요. 오히려 편한 자리니까 행사에 참석한 빅파마와의 이야기가 술술 풀렸어요. 우리가 이번 행사에서 뭘 찾고 있고, 한국에는 무엇을 기대한다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었어요. 더욱이 각 빅파마도 이런 행사를 통해 내려놓고 이야기를 하게 되니까요. 정부도 올해 같은 느낌으로 가볍게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싶고요.
이현주 참석 규모가 어땠어요?
허현아 한 600~700명 온 것 같죠?(심예슬 기자 고개 끄덕) 사람들이 선 자리가 빡빡할 정도였어요. 평소에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축제 분위기였죠. 다만 코리안 나이트 행사가 주체별로 이원화된 점은 아쉬웠어요.
이현주 그건 매년 나오는 문제예요. 코리안 나이트를 주관하는 주무부처가 다르니까 매년 통일성 있는 행사 문제가 이슈로 나올 수 밖에 없더라고요.
이우진 작년에는 코로나 이후 의약품 공급이 보건안보의 핵심으로 부상했고, 안보차장이 방문하는 등 정부의 관심도 높았는데 이번에는 어땠나요?
허현아 올해는 기업인들이 주로 참석했고, 표면적으로 정부 주요 인사 등의 특별한 동향은 눈에 띄지 않았는데요. 국내 정세가 새 정부 출범과 맞물린 영향도 있어 보여요.

'미저리' 같은 착붙 취재
기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현주 다시 행사 이야기로 넘어가면, 사실 바카라 전략USA는 해당 기간 동안 정말 준비를 많이 하고 가야 하잖아요. 어떤 식으로 준비를 했어요?
허현아 우선 조기에 참여기업을 파악하려고 노력을 했고, 제한된 시간 범위에서라도 국내에서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서면, 유선 등을 통해 먼저 파악한 뒤 현지에서 현장감을 실으려고 노력했어요. 사전에 취재 요청을 적극적으로 한 기업도 있었고 현지에서 뜻밖에 성사된 미팅이나 인터뷰도 있었죠.
심예슬 사전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현장에서 부딪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터뷰 기회가 생기기도 해요. 실제로 현장에서만 성사된 인터뷰가 4건 정도 있었고, 바이엘의 BD 총괄자 인터뷰도 그런 식으로 이뤄졌죠. 또 행사 기간엔 다양한 발표 세션이 열리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미리 확인하고 눈에 띄는 발표를 중심으로 취재하는 것도 유익했어요.
저는 주요 세션을 모니터에 띄워놓고 지켜보다가, 발표를 직접 듣지 못하더라도 이후에 어떤 주제로 발표했는지 확인하고 연자에게 내용을 직접 물어보는 방식으로 취재를 이어가기도 했죠.
허현아 기자들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기사를 쓸 수 있는 미디어룸이 따로 있었는데, 행사장과 거리가 꽤 멀어서 양쪽을 오가며 기사를 처리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한국 마감 시간에 맞춰 송고하다 보니 시간이 조금 빠듯했어요.
심예슬 미국과의 시차가 있으니까 현지 시각 오후 3시, 오후 11시를 기사 발행 시점으로 정하고 기사를 작성했어요. 아침을 든든히 먹고 행사장에 가서 점심을 거르거나, 저녁만 먹고 와서 바로 마감을 하는 경우도 있었죠.
허현아 심예슬 기자는 인실리코 대표가 보일 때마다 쫓아다니며 취재를 진행했어요. "Remember Me?"라는 심 기자의 말이 제 귀에 계속 맴돌 정도로. 덕분에 인터뷰를 실제로 진행할 수 있었어요. 나중에는 인실리코 CEO가 '한국에서 으뜸가는 기자'라고 말했다고 들었는데, 근성을 알아본 것 같아 뿌듯했어요.
이우진 AI 신약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연 기업이기도 하고, 그만큼 심예슬 기자도 기대를 가지지 않았겠어요?
심예슬 행사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인사하면서 취재 요청을 상기시켜 결국 같이 나란히 사진도 찍고 인터뷰도 진행할 수 있었어요(웃음). 이상훈 ABL바이오 대표와도 여러 번 엇갈렸지만 열심히 따라다닌 끝에 사진을 찍을 수 있었죠.

가장 크게 보인 한국 부스들
'오지도 못하면, 이야기도 못한다?'
이우진 부스 이야기도 한 번 해볼게요. 심예슬 기자가 아까 이야기한 부분이 생각보다 별로 큰 기업이 안보였다는 것이었는데 문을 열자마자 제일 먼저 보인 곳은 어디였어요?
심예슬 가장 눈에 띈 부스는 셀트리온과 롯데바카라 전략로직스였어요. 전반적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부스가 규모도 크고 디자인도 화려해서, 행사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던 것 같아요. 반면 흥미로웠던 건, 빅파마의 부스는 의외로 소규모였고, 부스를 운영한 기업 수도 많지 않았다는 점이었어요. 대신 발표 세션에서는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들의 세션이 많이 배정돼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 행사가 실제 비즈니스 매칭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보니 그런 구성인 것 같았어요.
이우진 우리나라가 그만큼 미국 시장을 중요한 위치로 생각한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아요. 바이오 코리아를 보면 오히려 중국 부스의 통일성이 매우 크게 보이거든요. 중국이 우리나라에 구애를 보내는 것과 비슷한 것 아닐까 싶어요.
허현아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번 하면 크게, 제대로 하자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실제 롯데바이오로직스에 창업주 3세가 방문하면서 중요도를 매우 높인 점도 있었고요.
이우진 가장 흥미롭게 보신 한국기업은 어디인가요?
허현아 전반적으로 대기업이 시야를 선점했고요. 특히 부스에서 회사 로고가 들어간 표식도 한국이 가장 높이 달았어요. 하지만 큰 기업보다 작은 기업 이야기를 좀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이번에 온 규모가 작은 바이오기업 중에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왔다'는 곳도 있었어요. '작은 바이오텍'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활로를 찾아 왔고, 참여 기업들도 이런 움직임에 일부 주목한 것 같아요.
이번 행사에 한국인이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목적이 달랐다고 봐요. 기업들이 바이오USA에 참가한 이유는 기업 브랜딩 측면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기술 협력 등을 위한 파트너링 미팅이 주목적인 기업들은 부스보다 미팅룸에서 '잠행'을 한 것으로 보여요.
FDA가 주도한 올해의 키워드 AI
발전 만큼 고민도 깊어져야
이우진 올해 바이오USA에서 나온 핵심 키워드들이 몇 개 있었습니다. 그 중 FDA를 포함해 모두가 AI를 외쳤어요.
허현아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AI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였습니다. 신약 개발에 AI를 적극 활용하는 시도는 의미 있지만, 'FDA가 왜 폐쇄형 AI시스템을 도입했을까' 하는 부분도 생각해야 된다고 봐요. 신약개발에서 진료나 처방과 관련된 민감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외국 AI 플랫폼을 활용할 때 정보 보안 관련 대비 사항은 없는지 살펴봐야 해요. AI 플랫폼에서 제한된 조건을 설정해 비식별화 등 일부 조치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민감정보가 유출되지 않고 연구 목적으로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보안 대책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요.
이우진 AI를 보면서 저는 다른 걸 생각하는데 우리나라는 신약개발에만 왜 이렇게 유난히 AI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요. FDA도 규제의 측면에서 AI를 도입하고 CMC용은 이미 보편화돼 있는데 한국은 유난히 신약개발에만 AI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심예슬 FDA뿐 아니라 행사장을 둘러보다 보면 발표 세션 곳곳에서 'AI'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어요. 그만큼 AI 활용이 신약개발에서 점점 더 중심적인 위치로 떠오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죠. 다만 AI가 도입된다고 해서 연구 인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진 않아요. 오히려 AI가 도출한 결과가 왜 나왔는지를 설명하고, 그 '명분'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연구자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로는 신약개발에서 더 빠르게 효과를 확인하고 싶다는 니즈가 AI 활용을 가속화하는 배경이라고 봐요
이우진 중국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중국 업체들이 올해 굉장히 활발히 움직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심예슬 취재 결과 중국 기업이 매우 활발하게 홍보를 했고 부스에도 사람들이 제법 있었어요. 또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년도에 중국이 전년 대비 참여율이 높았고, 중국 바이오텍과 글로벌 제약사간 공동 연구 등이 더욱더 활발해 지고 있어 한국 또한 이를 주시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부딪혀라, 깨진다 해도 들이대라
하지만 '실속'은 챙겨라
이현주 내년에 바이오USA에 참여하는 기자들이 어떻게 취재방향을 잡는 것이 좋을 지 조언해 준다면?
허현아 사전에 행사의 성격과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기업들은 최신 연구결과 등을 고유하는 학회와 달리 공동연구를 추진하거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목적으로 참가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참가 목적을 사전에 좀 더 파악하고 간다면 국제 무대에서 뛰는 우리 기업들의 노력을 좀 더 다른 각도에서 조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우진 여기는 콘셉트를 두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제 미팅은 잡았는데 내가 강조할 주제가 과연 그 회사가 좋아하는 것인지 여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미국을 가보지 않았지만 일본은 확실하게 위시리스트대로 미팅을 하고 움직여요. 실제 모 일본 제약사 사람이랑 이야기를 하다보니 미팅을 잡았는데 정작 주제에 자기네들이 원하지 않는 주제를 너무 많이 말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바가 있어요.
그리고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부스를 차리면서 정작 사람은 오지 않는데 우리를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그러면서 가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도 하게 돼요. 내실의 문제에서 실제 바이오재팬은 인기가 없었는데 유럽에서는 꽤 많은 이들이 찾은 기업이 있었다는 점도 있고요.
허현아 이번 바이오USA에서 한국 기업들이 존재감을 확인한 것은 의미 있었지만 내실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참가 기업 수가 많고 규모가 큰 것도 좋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고 내실을 챙기는 전략이 중요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