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59% 급락 속 대표 교체…차기 수장은 비만 시장 경쟁 전략이 관건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대표 라스 프루어고르 요르겐센(Lars Fruergaard Jørgensen)이 전격 사임한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사회와의 상호 합의에 따라 요르겐센 대표가 사임하며, 후임이 결정될 때까지 당분간 대표직을 유지한다고 16일(덴마크 현지시각) 밝혔다. 이번 결정은 2024년 중반 이후 이어진 주가 하락과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 경쟁 심화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요르겐센 대표는 2017년 취임 이후 8년간 회사의 매출, 이익, 주가를 모두 세 배 이상 성장시킨 인물이다. 특히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 시장에서 경쟁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젭바운드(Zepbound)'에 점유율을 추월당하며 위고비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노보노디스크 측은 공식 발표문을 통해 최근 시장 도전과 주가 하락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전략은 그대로 유지되며 새로운 리더십 체제로의 전환이 회사와 주주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노보노디스크의 주가는 2024년 6월 고점을 기록한 이후 약 59% 하락했으며, 올해 들어서만 32% 빠졌다. 대표 교체 발표 이후 프리마켓에서도 주가는 3.3% 하락했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노보 노디스크 재단(Novo Nordisk Foundation)의 입김도 있었다. 재단은 자회사 노보홀딩스를 통해 회사 의결권의 77%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인사 전환 논의도 재단 측의 요청으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 이사장이자 전 노보 노디스크 대표였던 라스 레비엔 소렌센(Lars Rebien Sørensen)은 이날부터 이사회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며, 2026년 정기 주총에서 이사로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이번 대표 교체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릴리의 잽바운드가 미국 내 처방 건수에서 위고비를 추월한 데다, 후속 파이프라인 카그리세마(CagriSema)의 임상 결과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이 투자자 신뢰에 영향을 미쳤다"며 "차기 대표의 임무는 단순한 실적 회복을 넘어 전략적 반전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노보와 협업을 고려 중인 국내외 기업들 역시 새 대표의 비즈니스 방향에 따라 전략을 재정비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의 성향과 판단에 따라 협업 구조나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새로운 수장이 글로벌 경쟁을 의식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경우, 기술 보유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요르겐센은 사임 성명을 통해 "노보노디스크의 CEO로서 일한 지난 8년은 큰 영광이었다. 비만과 만성질환을 극복하는 데 기여한 성과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30년까지 약 1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차기 대표 선임 과정과 이후의 전략 변화가 노보노디스크의 중장기 성과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