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 이하로 맞춰 달라는 다이소 요구에 제약사들 포기
원료를 구하기 어려워 원가 보전과 마진 확보 등 쉽지 않아

제약회사들이 자사 건강기능식품의 다이소 입점을 포기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원가 보전과 마진 확보를 위해 '원료 선별 노하우'와 '탄탄한 유통망'이 중요하지만 이를 갖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A 제약사는 다이소 입점을 위해 다이소와 접촉했으나 다이소 MD가 '건강기능식품 가격 5000원 이하'를 조건으로 내세움에 따라 입점을 포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이소가 원하는 건강기능식품 가격에 맞추려면 저가 원료가 필요하지만 A 제약사는 자체적으로 건강기능식품 공장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어 저가 원료를 선별하고 공급할 수 있는 노하우가 부족했다"고 전했다.

다이소에 입점한 업체들은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건강기능식품 공장을 세워 운영해왔다는 점이다.
종근당건강은 2022년 충남 당진에 국내 최대 규모 건강기능식품 공장을 준공했다. 당진 공장은 유산균 전용 생산라인을 통해 락토핏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대웅제약 향남 공장도 2021년 건기식 GMP 인증을 받았다. 대웅제약과 미국 알피쉐러 합작회사인 알피바이오는 2019년 건강기능식품 전문 생산을 위해 경기 화성에 마도 신공장을 지었다.

디엑스앤브이엑스(Dx&Vx)도 다르지 않다. 종근당건강과 대웅에 이어 다이소 건강기능식품 '오브맘' 브랜드를 판매 중인데, 자회사 한국바이오팜 공장을 통해 건강기능식품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
약사 출신 건강기능식품 GMP 전문가는 "다이소에 들어가는 건강기능식품은 초저가형"이라며 "비타민 제품이라도 그 안에 들어가는 성분과 함량을 조절하기 위해 값싼 원료를 선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체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원료를 공급하고 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다이소가 요구하는 가격을 맞출 수 있다"며 "해외 곳곳에서 수많은 원료를 선별하고 공급처를 알아본 경험과 노하우가 누적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건강기능식품 특성 때문에 당장 공장을 짓는 것은 쉽지 않다는 반응도 들린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은 트렌드와 계절을 많이 탄다"며 "유산균이 유행 하면 너도나도 유산균을 먹고, 콜라겐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콜라겐을 찾는다. 무턱대고 공장을 지었다가 생산라인을 도중에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강기능식품 공장은 디자인과 코팅 등 의약품인 정제와 달리 신경써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며 "원료 선별에 대한 노하우를 얻기 위해 공장을 짓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뜻이다. 예전부터 건강기능식품에 집중해온 대형사들이 아니면 중소 제약사 입장에서 다이소가 요구하는 가격 조건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코스맥스바이오 등 전문 건강기능식품 제조 업체 유통망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들 업체와 거래를 트는 것조차 제약사 역량이란 후문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통 종근당과 대웅제약 등 대형업체들은 공장도 있지만 협업 업체들이 많다. 다이소 건강기능식품 말고 다양한 제품을 납품한다"며 "다이소 납품 단가를 맞추기 위해 저가 원료에 기반한 벌크 생산을 의뢰할 수 있는 배경이다. 하지만 중소제약사는 다양한 제품을 취급해온 유통망이 없다. 저가형 건강기능식품만 생산을 맡기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을 거래한 경험이 누적되면 원료 선별에서도 의견 합의가 수월하다"며 "대형 제약사들은 건강기능식품 제조 업체에 저가 원료의 종류와 성분을 추천하고 공급하기도 한다. 업체와의 유통망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다이소 거래는 아무나 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