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명동역점, 건기식 전용 코너 선봬... 인군 약국은 '불편'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한약사회 조사 결과가 분수령 될듯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약사회를 조사하는 지경까지 파문을 일으킨 소위 '다이소 건기식 사태'로 점화된 불길이 편의점으로 옮겨붙을지 주목된다. 편의점 브랜드 CU가 서울 명동역점에서 건강기능식품 전용 코너를 선보이면서 인근 약국장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3월 26일 오후 2시 무렵 수많은 외국인들은 물론 국내 소비자들이 붐빌 정도로 대형 매장인 서울 중구 소재 CU명동역점을 찾았다.
편의점 안쪽에 들어선 순간 "A Better Health Initiative"란 홍보 문구와 함께 건강기능식품 전용 코너가 보였다.
전용 코너 상단에는 종근당과 동아제약의 제품들이 판매를 위해 진열중이었다. 종근당은 '이뮨 듀오 밀크씨슬 트리플샷'과 '혈당컷 다이어트' 건강기능식품을 코너에 채워넣었다.

동아제약의 '비타그란'도 보였다. 그 아래 유한양행 비컴플 아르기닌과 뉴트리원의 멀티비타민 제품이 일렬로 늘어선 모습이었다.
전용 코너에 비치된 건강 식품만 약 20개였다. 쉴새없이 오가는 소비자들은 건강식품 전용 코너를 지나칠 때마다 눈길을 쏟았다.

한 걸음 떨어진 인근의 약국가 분위기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명동역 근처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는 "우리 약국은 건기식 통약이 많이 나가지 않는다. 편의점에 건기식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매출에 큰 타격은 없다"며 "하지만 제약사들이 약국에 들어가는 건기식 제품과 같은 패키지와 모양으로, 편의점 판매를 하는 것은 달갑지는 않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편의점 건기식과 약국 건기식은 다른 제품"이라며 "그런 설명 없이 건기식이 전용 코너에 깔리면 소비자들이 약국 제품과 성분과 효과가 비슷한 것처럼 혼동할 수 있다. CU 측과 접촉한 제약사들에게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약국장은 "다이소 사태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약사들이 앞으로 전문성을 바탕으로 약국 건기식이 편의점 제품과 다르다는 점을 어필하면 된다. 우리 약국 매출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러나 진입장벽 측면에서 주변 편의점에 건강식품 코너가 생기고 실제로 건강기능식품 제품이 팔리는 것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경쟁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약사들과 달리 대부분의 약사들은 대체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다이소 건기식 사태' 여파 탓이다.
또 다른 약사는 "솔직히 제약사들이 편의점에 제품을 대지 못하도록 힘으로 찍어 누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며 "하지만 제약사들이 편의점과 맺은 계약이 위법도 아니다. 공정경쟁 사회에서 그럴 수는 없다. 최근 대한약사회가 다이소 사태로 공정위 조사를 받으면서 분위기가 더욱 예민한 상황이다.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목할만한 사실은 CU가 단순히 명동역점에 그치지 않고 매장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점이다.
CU는 전국 1만 8000여개 CU편의점 중 유일하게 명동역점에만 시범적으로 건강 식품 전용 코너를 설치했다. 그러나 CU는 명동역점과 같은 매장을 상반기 내로 5000여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수의 제약사와 접촉해서 더욱 많은 건기식 제품을 CU 편의점 내로 들여온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다이소 건기식 사태'의 2차전이 편의점이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 3곳이 저가형 건기식을 다이소의 일부 매장에서만 팔았는데도 당시 약사들의 반발이 극심했다"며 "앞으로 편의점에 건기식 공급이 늘어날 경우 또 다른 형태의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GS25 측도 건기식 판매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U에 GS25까지 가세할 경우 약사사회와 편의점 업계의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 이미 편의점 안전 상비약 확대를 두고 양 측은 오랜 시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경험도 있다.
업계가 대한약사회를 향한 공정위 처분을 예의주시하는 있는 이유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다이소 사태와 관련해서 대한약사회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다면 건기식에 대한 약사사회의 문제 제기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하지만 다이소 사태로 인해 과징금 처분을 받으면 약사 사회가 편의점 건기식에 대해서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건기식을 둘러싼 갈등의 본질은 같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