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R1 변이 환자에선 효과 입증… 전체 환자군 무진행 생존율 개선 미흡
아르비나스 임상결과 발표 후 주가 폭락

아르비나스(Arvinas)와 화이자(Pfizer)가 공동 개발 중인 경구용 PROTAC(프로탁) 기반 에스트로겐 수용체(ER) 분해제 '베프데게스트란트(vepdegestrant)'가 유방암 치료제 임상 3상에서 일부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했으나, 주요 목표를 충족하지 못하며 혼재된 평가를 받고 있다.

양사는 'VERITAC-2 '임상 3상의 톱라인 결과를 11일(미국 현지시각) 발표했다(NCT05654623). 이 연구는 이전에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아제(CDK) 4/6 억제제 및 내분비 요법을 받은 ER 양성(HER2 음성)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베프데게스트란트 단독 요법의 효과를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풀베스트란트(fulvestrant)'와 비교 평가했다.

VERITAC-2 임상 3상 연구는 ER+/HER2-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베프데게스트란트(ARV-471)와 기존 치료제 풀베스트란트(fulvestrant)의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하는 글로벌 임상 시험이다. 이 연구에는 CDK4/6 억제제와 내분비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26개국 624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환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눠 치료를 받았다. 한 그룹은 베프데게스트란트를 하루 한 번 경구 복용했고, 다른 그룹은 풀베스트란트를 근육 주사로 맞았다. 풀베스트란트는 첫 번째 치료 주기의 1일과 15일에 투여한 뒤, 이후부터는 28일마다 한 번씩 주사했다.

이번 연구의 주요 목표는 두 치료법의 무진행 생존율(PFS), 즉 질병이 더 악화되지 않고 유지되는 기간을 비교하는 것이었다. 평가 대상은 전체 환자군과, 특정 유전자 변이(ESR1 변이)를 가진 환자군이었다. 또 다른 중요한 평가 지표로는 전체 생존율(OS), 즉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얼마나 오래 생존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포함됐다.

이번 임상에서 베프데게스트란트는 ESR1 돌연변이(ESR1m) 환자군에서 주요 평가 변수인 무진행 생존율(PFS)을 유의미하게 개선하며 사전 설정된 위험비(HR) 0.60을 초과하는 결과를 보였다. 그러나 전체 환자군(intent-to-treat, ITT)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을 충족하지 못했다.

존 휴스턴(John Houston) 아르비나스 회장 겸 대표는 "이번 결과는 PROTAC 기술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해당 데이터를 규제 당국과 공유하고 올해 안에 학술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이자 역시 이번 데이터를 바탕으로 규제 승인 절차를 추진할 방침이다. 화이자 온콜로지 개발부문 임시 책임자인 메건 오미어라(Megan O’Meara)는 "진행성 ER+/HER2- 유방암 환자들은 기존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고, 내분비 요법에 대한 내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ESR1m 환자군에서 베프데게스트란트의 유의미한 효과가 확인된 만큼, 환자들에게 질병 진행 없이 추가적인 시간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결과를 놓고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VERITAC-2의 PFS 개선이 ESR1m 환자군에 한정됐다는 점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규제 승인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에버코어 ISI(Evercore ISI)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결과는 ESR1m 환자군에서 승인받기에는 충분할 것으로 보이나, 압도적인 데이터는 아니다"며, "이는 아르비나스가 향후 2차 치료 이상(second-line+)에서 풀베스트란트를 기반으로 한 병용 요법으로 전환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기존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SERD)와 명확한 차별화를 꾀할 기회는 제한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투자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발표 이후 아르비나스의 주가는 50% 폭락하며, 주당 8.60달러까지 하락했다(이전 거래일 종가: 17.56달러). 이는 ITT 환자군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이 시장의 기대를 저버린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두 회사는 향후 임상 전략을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화이자는 올해 베프데게스트란트를 자사 CDK4 억제제 '아티르모시클립(atirmociclib)'과 병용한 임상 3상을 개시할 계획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단독 요법으로는 경쟁력이 부족할 수 있으나, CDK4/6 억제제와의 병용 전략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임상 결과가 규제 승인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ESR1m 환자군에서 의미 있는 효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향후 병용 요법 및 후속 연구에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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