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M 구조 변화·1상 데이터 기반 허가, 바카라사이트 주사위시밀러 기업에 유리
"올해 5조 매출 목표는 유효"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미국발 약가 인하와 관세 정책 변화에 대해 "셀트리온에는 위기가 아닌 구조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15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그는 바카라사이트 주사위시밀러 중심의 사업 구조, 글로벌 공급 체계, 생산 전략 등을 조목조목 설명하며 미국 정책 변화에 대한 셀트리온의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의 독특한 유통 구조에서 발생하는 병목과 그에 따른 셀트리온의 현실적 어려움을 언급하는 한편, 구조 개선이 이뤄질 경우 시장 기회는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먼저 미국 약가 구조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오리지널 의약품에 비해 최대 90%가량 낮은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가격 차익이 환자나 병원에는 돌아가지 않고 보험관리기관(PBM), 도매상, 약국 등 중간 유통 단계에 대부분 흡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바이오시밀러를 써도 환자의 본인부담금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병원이나 의사 입장에서는 오리지널 제품과의 차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며 "결국 의료진은 광고에 익숙한 오리지널 제품을 선택하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의 시장 구조를 비교하며 셀트리온이 마주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짚었다. "유럽은 입찰(tender) 시스템을 기반으로,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자마자 70~80%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미국은 유통 구조상 오리지널 제품의 점유율이 좀처럼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PBM 구조 자체가 개선된다면 바이오시밀러 확산 속도는 유럽 수준으로 빨라질 수 있으며, 셀트리온처럼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한 기업에는 중장기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셀트리온은 현재 미국 시장에서 유럽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 확산 속도가 더딘 이유에 대해 그는 "유럽 약가보다 싼 가격으로 미국에 공급하고 있지만 처방이 따라오지 않는 것은 미국 유통 구조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시장에서 가격 디스카운트만으로는 시장 진입이 어려운 구조적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FDA가 일부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3상 임상시험 없이 1상 데이터만으로 허가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1상 데이터만으로 허가를 받는 것이 더 쉬운 게 아니다"라며 "오히려 동등성, 유효성, 안전성을 모두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정밀한 품질 관리와 내부 일괄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처럼 연구개발, 생산, 유통까지 일원화된 통제 구조를 갖춘 기업에 유리한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셀트리온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34개, 2038년까지 총 48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출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짐펜트라'의 미국 시장 진출 속도에 대해서는 예상보다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PBM과의 계약이 이뤄지면 보험사 리스팅도 곧바로 진행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주요 보험사마다 등재 절차에 8~9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짐펜트라의 2024년 미국 매출 목표를 기존 7000억원에서 35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는 "미국 시장의 복잡한 유통 구조와 행정 절차를 초기에는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던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유럽에서 램시마SC 제형이 정맥주사 제형 대비 빠르게 확산된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에서도 시간이 걸릴 뿐, 중장기적으로는 유사한 확산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미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램시마, 허쥬마, 트룩시마 등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셀트리온의 주요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화이자, 테바 등의 파트너를 통해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셀트리온 자체가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며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해당 제품들의 미국 현지 재고는 최소 15개월, 최대 21개월분까지 확보돼 있어, 어떤 관세 변화가 있더라도 2026년 말까지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공급망 역시 철저하게 다변화되어 있다. 셀트리온은 유럽과 미국에 CMO(위탁생산기관)를 확보해 연간 300만 바이얼 수준의 완제의약품 생산 계약을 이미 가동 중이며, 필요 시 세 곳의 추가 CMO를 통해 최대 600만 바이얼까지 확대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이미 2000만 바이얼 규모의 생산 계약이 체결돼 있다. 또한 전체 원료의약품 생산량의 15%는 미국 이전이 가능한 파트너사와 장기 계약을 맺고 있다. 그는 "이와 같은 글로벌 공급 체계 덕분에 관세가 현실화되더라도 셀트리온이 받을 수 있는 실질적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공장 설립 여부는 연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8개 주 48개 부지를 사전 검토했으며, 공장 설립 시 약 2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 회장은 "지금의 유통 및 생산 구조만으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지만, CDMO 사업 확대 및 미국 내 입지 강화를 고려해 공장 설립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2023년부터 자사주 1640만 주를 매입했고, 이 중 840만 주를 소각했다. 올해도 에비타(EBITDA)의 3분의 1 범위 내에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 현금 배당 등을 병행할 방침이다. 그는 "4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이미 매입했고, 필요시 7000억원까지 확대할 수 있다"며 "홀딩스, 스킨큐어, 그리고 본인까지 직접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주가는 저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하며, 자사주 매입은 지분율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자 상속 전략"이라고도 설명했다.
올해 실적에 대해 그는 매출 흐름이 직선형이 아니라 곡선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초에 제시한 매출 목표 5조원은 여전히 유효하며, 실적 피크는 4분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작년 3조5000억원에서 올해 5조원으로 매출이 확대되는 만큼, 2분기부터 분기별 실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도 중장기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언급됐다. 현재 셀트리온은 총 13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 2027년까지 매년 2~5개의 프로젝트가 임상 1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그는 "셀트리온은 더 이상 바이오시밀러 전문 기업에 머무르지 않고, 신약과 바이오신약을 함께 개발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다.
서 회장은 "현재 미국에 치료 목적의 의약품을 수출하는 회사는 셀트리온뿐이며,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는 미국 수출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 발표 직후, 미국과 아무런 거래가 없는 한국 제약·바이오 업종 전체의 주가가 일제히 3~4% 하락한 것은 정보 부족에 따른 과도한 반응"이라며, "국내 업계 전체가 위기에 처한 것처럼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셀트리온 역시 철저히 대비하고 있어 2026년 말까지는 관세 영향이 전혀 없으며, 이후에도 글로벌 공급망 조정 등을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간담회 말미에 "나는 이 회사를 매각하거나 주식을 팔 생각이 없다”며 “내가 가진 모든 자산은 셀트리온의 성장을 위해 사용할 것이고, 회사를 직원들과 바이오 산업의 미래를 위한 자산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